B컷: 진짜 일 이야기 B컷 by 배민

Culture

[팀 스토리] 회사에서 가장 넓은 곳을 오가는 사람, Chief of Staff

2026.09.11

하루에 오가는 대화가 라이더 공급에서 제품 로드맵으로, 조직 개편에서 글로벌 본사 소통으로 건너갑니다. 범위가 넓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해요. 사안마다 필요한 깊이까지 들어가야 하거든요.

스스로를 “어두운 구석에 빛을 켜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최지은님을 만나, Chief of Staff의 1년을 들어봤습니다.

Part 1. 여러 자리를 지나, 회사 전체를 보는 자리로

Q1. 안녕하세요. 먼저 소개를 부탁드려요. 그 많은 선택지 중에 왜 배민이었는지도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Chief of Staff 최지은입니다.
회사에 투자하는 일, 무너진 회사를 다시 세우는 일, 그리고 맨바닥에서 회사를 키우는 일. 어쩌다 보니 셋 다 해봤어요.

커리어는 뉴욕 JPMorgan에서 시작했습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월스트리트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모두 겪었고, 그때 만들어진 일의 기준과 회복하는 힘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벤처캐피탈에서 5년간 투자했고, 컨설팅펌에서 4년 넘게 실적이 무너진 회사를 다시 세우는 일을 했습니다. 이후 토스에서 기업 전략, M&A, 펀드레이징을 맡다가 직접 발굴한 아이템을 인큐베이팅했고, 그것이 토스플레이스가 됐어요. 이후 3년 가까이 대표를 맡으며 현장과 유저, 제품과 오퍼레이션을 직접 움직였습니다.

그다음 자리를 고를 때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모여 있는 곳이 어디인가. 그리고 내가 가장 큰 기여와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배민은 매달 2천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경제의 인프라에 가까운 플랫폼입니다. 규모가 큰 만큼 사회적 책임과 규제, 안팎의 도전도 함께 큽니다. 제가 오래 좋아한 문장이 있어요. “기업의 가치는 그 기업이 해결한 문제들의 합이다(The value of a business is the sum of all problems solved).” 그 기준으로 보면 여기만 한 곳이 없었습니다.

Chief of Staff라는 자리는 저에게도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역할을 참모직이라기보다 오너가 없는 문제의 오너를 맡는 자리라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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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Chief of Staff, CEO Office. 아직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비서실 아니냐는 말을 아직도 들어요.

짧게 답하면, CEO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만 시간을 쓸 수 있게 만들고, 그 문제가 실제로 풀릴 때까지 실행을 책임지는 조직이에요.

전략팀은 전략을 보고, 재무팀은 재무를 봅니다. 저희는 지금 CEO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스코프예요. 어느 날은 배달 반경 축소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고, 다음 날은 전사 OKR을 맞추고, 그다음 날은 신사업 파트너십 딜을 봅니다. 좋게 말하면 경계가 없는 제너럴리스트고, 나쁘게 말하면 잡부예요. (웃음)

CEO Office 의 최종 아웃풋은 보고서가 아니라 결론입니다. 분석해서 보고하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이 나고, 실행 조직이 움직이고, 지표가 바뀌는 것까지가 저희 일의 범위입니다. 그래서 저희 트래커에는 모든 항목에 결과물이 적혀 있어요. ‘검토’나 ‘지원’으로 끝나는 항목은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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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팀은 회사에서 가장 큰 문제들을 다룹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거나 주인이 없어서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들까지요.

그리고 저로부터 멀리 떨어진 실무팀도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진짜 원인을 찾아낼 수 있게 만드는 것,
거기까지가 이 팀의 일입니다.저에게 보고해야 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화요일에도 원래 그렇게 일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CEO

Part 2. 하루, 그리고 지금 붙잡고 있는 문제들

Q3. 하루가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나요?

루틴이 없는 게 루틴이에요. 무계획하다는 뜻은 아니고, 고정된 뼈대 위에 매주 다른 게 얹힌다는 쪽에 가까워요.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실적부터 봅니다. 주문 수, M/S, 배달 품질, CS 지표. 그다음엔 밤사이 쌓인 슬랙을 봐요. 대화 상대의 범위는 아마 회사에서 제일 넓을 거예요. 오전엔 라이더 공급 이야기를 하다가, 오후엔 지난주 프로모션 지표를 보고, AI 전환 로드맵을 논의한 뒤 리더 후보자 면접을 봐요. 저녁엔 로봇배달 사업계획을 보거나 글로벌 본사에서 온 질문에 답하고요.

무엇을 먼저 볼지는 사실 질문 하나로 정해집니다. “이걸 대표님이 지금 알아야 하나?” 답이 ‘그렇다’면 제가 봐야 하는 일이고, 대표님께 가기 전에 상황을 정리하고 선택지까지 만들어두는 게 제 몫이에요. CEO가 나쁜 소식을 늦게 아는 회사는 반드시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진짜 일이 시작됩니다. 회의에서 나온 결론이 그 방 안에서만 유효한 경우는 거의 없어요. 배달 반경을 줄이자는 결론이 실은 제품 로드맵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고, 동시에 어떤 조직의 이번 분기 목표를 다시 짜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 회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대개 그걸 몰라요. 각자 자기만의 문제를 보고 있으니까요.

회사의 가장 큰 문제들은 대개 조직 사이에 발생하는 틈에서 발생하더라고요. 어느 조직도 자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아무 회의에도 안 올라오죠. 앞에서 이 자리를 ‘오너가 없는 문제의 오너’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문제를 찾아내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예요.

다만 늘 걸리는 게 하나 있어요. 제가 각 문제에 정말 도움이 될 만큼 깊이 들어가고 있는가. 이건 아직도 스스로에게 묻는 숙제예요.

Q4. 요즘 붙잡고 있는 문제 하나만 꼽는다면요?

CS요. CX센터장 희진님과 매주 붙어서 보고 있어요.

CS는 배고프고 화난 고객 앞에 선 마지막 방어선이에요. 여기가 뚫리면 그 앞에서 잘한 게 다 의미가 없어지고요.

배민이 직접 배달하는 주문이 증가하면서 고객센터로 들어오는 문의가 기존 대비 배 이상 늘었습니다. 상담 품질은 그만큼 흔들렸고요. 바로 할 수 있는 쉬운 답은 이미 테이블 위에 있었어요. 상담사를 더 뽑는 것.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거였어요. 사람으로 막는 건 당장은 되는데, 문의가 왜 생기는지는 그대로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질문만 했어요. 문의가 처음 생겨서 끝날 때까지 고객이 어디를 거쳐 어디서 빠지는지. 희진님은 좀 성가셨을 거예요. 이미 한참 이 숫자들과 싸우고 계셨으니까요. 그렇게 희진님과 같이 문의가 들어오는 전체 여정을 구조화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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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가 발생해서 종료되기까지의 경로. 매주 이 그림을 놓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고 나니 물어볼 게 계속 나왔어요. 이 문의는 애초에 왜 생겼나. (내 주문 문의라고 부르는) 셀프서비스까지 갔는데 왜 안 풀렸나. AI 챗봇이 못 푼 건 대체 어떤 종류의 문제인가. 상담사에게 넘어간 다음엔  왜 그만큼 시간이 걸리나. 특히 눈에 걸린 건 챗봇까지 간 고객의 절반 가까이가 결국 상담사로 넘어가는 지점이었어요. 챗봇이 없어서 못 푼 게 아니라, 챗봇을 쓰고도 안 풀린 거예요. 이건 사람을 더 뽑아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죠.

논의의 방향이 여기서 바뀌었어요. 전에는 “센터 인원이 몇 명 부족한가”를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어느 구간을 투자해서 몇 %p 올릴 거냐”를 이야기합니다. 비용을 어디에 쓸까가 아니라, 어디에 투자할까로 프레임이 바뀐 거예요.

당연히 끝난 문제는 아니에요. 피크타임에만 몰리는 수요를 유연하게 받아내는 방법, 상담사가 AI Agent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항상 몇 개씩 동시에 돌아가요. 지금 제 트래커에는 49번까지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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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Office와 일하면서 좋은 점은, 부문 간 이슈가 생겼을 때
어느 쪽 편도 아닌 사람이 테이블에 있다는 거예요.
숫자로 이야기하고, 결론이 나면 실행까지 확인합니다.


-김주연 우아한형제들 CFO

Q5. CEO Office와 함께 사업 조직도 직접 이끄셨다고요.

푸드디스커버리(푸디)센터라고, 작년에 제가 추진한 조직 개편에서 새로 만들어진 조직이에요. 고객이 배민 안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게 만드는 팀이었고, 한그릇·타임세일·픽업 같은 서비스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가장 크게 바꾼 건 조직의 모양이었어요. 원래 ‘사업실’과 ‘제품실’로 나뉘어 있던 것을, 하나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과 제품이 같은 팀에 앉게 했어요. 그리고 각 팀이 매주 진행 상황을 슬랙 공개 채널에 올리게 했습니다. 잘되는 것뿐 아니라 안 되는 것까지요. 처음엔 다들 어색해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서로 뭘 시도하는지 보고 배우기 시작하더라고요.

1년 하고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하나는 작은 팀이 자기 숫자에 직접 오너십을 가지면 속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져요. 이미 같은 목표 아래 있으니까요. 다른 하나는 아이디어보다 실행과 검증 사이의 거리가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었어요. 아이디어는 늘 많았는데, 실제로 내보내기까지 협업과 윗선 결정이 너무 많이 필요했거든요. 그 구간을 극단적으로 줄였더니 실험 수가 3~4배로 늘었습니다.

지금 그 조직은 역할을 마치고 애자일 팀 구조 그대로 사업·프로덕트 부문에 흡수됐어요. 남은 건 서비스보다 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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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이 일을 한다는 것

Q6. 이 일을 하면서 제일 힘든 건 뭐예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정형화 된 포지션이 아니라 힘든 점이 많아요.

하나는 모호함이에요. “이거 무슨 일이야” 한 문장에서 시작하는 일이 많아요. 배경 설명 없이 채널에 초대되는 일도 많고요. 문제 정의도, 이해관계자도, 성공 기준도 전부 스스로 세워야 합니다. 명확한 지시와 스코프가 있어야 편한 분에게는 매일이 스트레스일 거예요.

게다가 탁월함의 기준이 CEO예요. CEO 범석님은 터키에서, 그것도 외국인으로 배달앱을 창업해서 점유율 0%에서 40%까지 밀고 올라간 사람이에요. 그래서 창업자의 민첩함과 “where the tire meets the road” 수준의 오퍼레이션 감각이 있는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과 정책 이슈, 제품까지 다각도로 봅니다. 넓이와 깊이가 동시에 있는 사람이라, 솔직히 이런 분의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CS 품질이 “비가 와서 나빠졌다”는 설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같은 강수량, 같은 인프라였던 과거와 비교해서 품질이 몇 퍼센트 떨어졌는지로 보라” 고 해요. 그렇게 다시 보면 날씨 문제가 아니라 운영 문제라는 게 드러나거든요. 악화된 지표는 무조건 요인별 기여도를 숫자로 쪼개야 하고,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같은 서술은 쓸 수 없어요.

답을 가져가면 그다음 단계의 질문이 기다리고 있고, 어제까지 좋았던 자료가 오늘 아침에 다시 쓰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기준과 속도를 괴로움이 아니라 훈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이어야 해요.

Q7. 앞으로 회사에 남기고 싶은 게 있다면요?

지금 배민은 꽤 중요한 국면을 지나고 있어요. 정책 하나를 만드는 데 열 개 조직의 합의가 필요하고, 판단 하나가 수백만 명의 일상에 닿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 안에서도 스타트업의 속도를, 배민 특유의 자유로움과 위트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어느 하나만 고르면 쉬운데 셋 다 해야 한다는 게 이 회사의 난이도예요.

속도와 체계는 자주 충돌하죠. 그래서 협의와 실행이 오히려 빨라지는 체계를 만드는 것, 그리고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게 아니라 100km 밖의 위험을 미리 잡아내는 조기 경보 체계를 세우는 것. 그게 지금 CEO Office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남기고 싶은 건 특정한 하나의 성과가 아니에요. 배민이 스스로 개선을 멈추지 않는 일하는 방식을 남기고 싶어요. 회사의 목표가 각 팀과 개인에게 실제 일의 목적이 되고, 누군가 계속 챙기지 않아도 일이 끝까지 굴러가는 것. 특별한 몇 사람이 있을 때만 되는 게 아니라, 이게 회사의 기본값이 되는 상태.
Excellence as an Operating System.

이미 커진 회사에 새로운 문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심는 건 조직의 관성을 정면으로 미는 일이에요. 쉽지 않죠. 그런데 저는 그래서 오히려 더 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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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마지막으로, 어떤 분과 함께 일하고 싶으세요?

한 줄로 정의한다면 ‘지적 겸손함을 가진 용병’ 을 찾고 있어요.

먼저 본인이 정의한 문제가 실행되어 숫자가 바뀌는 것까지 끝까지 봤는지를 봅니다. 기획하고 보고하는 데까지 해본 것과, 실행의 지저분한 구간을 직접 통과해본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무도 문제를 정의해주지 않을 때 스스로 아젠다를 만들 수 있는 셀프스타터 자질과 오너십이 중요해요.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찾아야 하는 안개 속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똑똑한데 겸손한 분. 앞에서 CEO 범석님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사람의 대화 상대가 되려면 분석력과 함께 당돌함이 필요해요. 데이터를 들고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겸손해야 합니다. CEO의 이름을 등에 업고 일하는 자리라서, 오만해지는 순간 조직 전체가 이 팀을 믿지 않게 돼요.

하나 더 꼽으면 회복탄력성이요. 공들인 결과물이 뒤집히기도 하고, 모르는 도메인에 갑자기 들어가야 할 때도 있어요. 그때 “배워서 하면 되지” 하고 털고 일어나는 분, 모르는 걸 만났을 때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먼저 오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대신 이 자리의 보상은 분명해요. 탑다운의 시각과 바텀업의 실행을 동시에 해본다는 것. 보통 이 정도의 정보와 관점은 임원이 되어야 겨우 열리고, 그때 가서 봐도 이미 정리된 결론만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서는 그 결론이 만들어지는 과정 안에 있게 됩니다.

쉽고 명확한 일을 원하시면 여기가 아니에요. 하지만 회사가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해부해보고 싶고, 언젠가 본인의 판을 직접 끌고 싶은 분이라면 — 저는 이 자리가 어떤 MBA보다 나은 2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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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준님 사진

우현준 인재영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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