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컷: 진짜 일 이야기 B컷 by 배민

Culture

어, 이게 되네? (ft. AI)

2026.02.09

“이번 주말도 반납해야 할 것 같아요.”

시작은 야근을 걱정하던 어느 PM 동료의 한숨이었습니다. 쏟아지는 회의록을 정리하느라 정작 중요한 기획 업무는 뒷전이 되고 있다는 하소연이었죠. 저는 평소 쓰던 회의록 봇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이거 한번 같이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동료가 원하는 요약 기준과 말투를 AI에게 입력하고, 결과를 보고, 다시 고치고. 요약이 너무 길게 나오면 줄이고, 포맷이 맘에 안 들면 또 조율하고.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요. 동료가 결과물을 보더니 말했습니다.

“어, 이게 되네?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네요.”

별거 아니라는 말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거창한 기술을 배운 게 아니라 그냥 내 문제를 내가 건드려본 것뿐이니까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더 많은 동료들과 나눌 수 있으면 어떨까?

그렇게 AI Dive Deep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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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지식 없는 동료들이 5주 동안 자신의 현업 문제를 AI 도구로 직접 해결해보는 프로그램이었죠. 매주 수요일 저녁 퇴근 후에 모여서 각자의 문제를 붙잡고 씨름했습니다.

정원은 15명이었는데 모집 하루 만에 40명 넘게 신청이 들어와서 조기 마감해야 했습니다. 신청서를 읽어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어요.

매주 10개 사이트 돌면서 복붙하는데 이거 자동화할 수 있을까요?
바쁜 개발자분들께 최신 서비스 정책 물어보기가 너무 민망해요. 제가 직접 찾고 싶어요.
2,000개 파일 이름을 하나하나 바꾸고 있어요.
AI 책도 읽어봤는데 문과생이라 그런지 실제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우리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AI 전문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 막막함을 “어, 이게 되네?”로 바꿔주는 것. 5주 뒤 이 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요?

Q. 1,300개 파일 이름을 어떻게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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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민님 : 이전에는 그래픽 하나를 등록하기 위해 이미지를 일일이 확인하며 규칙에 맞는 카테고리와 태그를 직접 입력해야 했습니다. 건당 3~5분, 고작 100건만 처리하려 해도 꼬박 하루를 단순 반복 작업에 쏟아야 했죠. 처음엔 이 문제를 개발 없이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코치님이 개발 대신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하는 방향을 제안해 주셨어요. ‘정말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도 잠시, 이미지와 기존 데이터들을 학습시키자 몇 초만에 자산명을 추천해줬어요. 이미지만 올리면 자산명과 연관 태그를 정확하게 추출해 주기 시작한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었습니다. 제미나이는 데이터만 뽑아주다보니 피그마에 자산명을 적용하는 과정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해야했거든요.

결국 저는 커서 AI(Cursor AI)를 활용해 피그마(Figma) 플러그인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코딩의 ‘코’자도 몰랐기도 하고 디자인 툴과 환경이 달라서 설정 단계부터 어렵게 느껴졌어요. 코치님께 기본 설정부터 실무용 프롬프트 작성법을 배우며 하나씩 실행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막연했던 걱정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 단 한 번의 클릭으로 1,300개 파일의 이름을 3분 만에 바꾸는 플러그인을 완성할 수 있었죠. 코딩을 몰랐던 디자이너가 나에게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게 진짜 신기했어요! 이젠 실무에 필요한 도구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답니다. 의미없는 반복 작업을 단숨에 없앤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 Cursor AI: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아도 말하듯이 명령하면 AI가 대신 코드를 짜주는 똑똑한 개발 도구입니다.

Q. 바쁜 개발자 대신 AI한테 서비스 정책을 물어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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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진수님: 회의록 작성 시간이 30분에서 10분으로 줄어든 것도 유의미했지만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꾼 건 커서 AI와 MCP였습니다.

PM으로서 우리 도메인뿐만 아니라 다른 도메인의 최신 서비스 정책을 파악하는 게 늘 어려웠는데요. 기능이 자주 개선되고 PM들은 다른 과제를 바로 진행하다 보니 정책 문서에는 업데이트가 누락되거나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최신 정책은 사실 현재 코드에 전부 반영되어 있어요. 하지만 최신 정책이 무엇인지 매번 바쁜 개발자분들께 확인해달라고 하기가 너무 곤란했어요.

MCP를 통해 AI를 문서나 코드 같은 사내 데이터와 연결하니 제가 “이 기능 최신 정책이 뭐야?”라고 평소 쓰던 말로 물어봐도 AI가 코드를 분석해 정확한 답을 줬습니다. 오히려 코드를 모르는 비전공자라 쉽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니 PM이 이해하기 편한 언어로 전달해줬어요. 동료들에게 물어보기 민망한 정말 하찮은 질문들도 AI에 물어볼 수 있어서 도메인 정책을 이해하는 데 수월했습니다.

초기엔 보안 문제로 데이터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를 해결하니 개발 지식 없이도 스스로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번역기로만 쓰던 동료 PM들에게도 “제발 이렇게 써보라”고 전파하고 다닐 정도예요.

* MCP(Model Context Protocol): AI가 외부 시스템의 데이터나 도구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연결 방식입니다.

Q. 아침마다 반복되는 데이터 추출, AI가 대신해준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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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소영님: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로그인 – 추출, 로그인 – 추출, 또 로그인…

40건의 교육에 대한 마케팅 성과를 확인하려면 카카오, LMS, 광고 대시보드 등 N개의 사이트를 헤매야 했습니다. 100번 넘는 클릭과 복붙의 굴레 속에서 정작 중요한 성과 분석은 시작도 하기 전에 아침의 금쪽같은 1시간이 증발해버리곤 했죠.

AI한테 시키면 된다는데 그게 말처럼 쉽진 않았어요. 호기롭게 제미나이에게 파이썬(Python) 코드를 짜달라고 했습니다. 자동으로 데이터를 긁어오는 마법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차가운 에러 메시지뿐이었죠. 막막함에 노트북을 덮으려던 찰나 팀 교육의 묘미가 빛을 발했습니다.

옆자리 팀원과 머리를 맞대고 디버깅을 시작하니 꼬였던 실타래가 풀리듯 코드가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혼자였다면 노트북을 그냥 닫아버렸을지도 몰라요.

이후의 변화요? 이제 시트 하나만 열면 데이터가 ‘알아서’ 들어옵니다. 덕분에 확보된 귀한 시간은 ‘성과 분석’과 ‘액션 아이템’ 고민에 쏟고 있습니다. 요즘은 팀원들에게도 교육에서 배운 AI 활용법을 공유하며 팀 전체의 시간을 아끼는 ‘긍정 동료’로 거듭나고 있답니다!

* Python: 사람이 읽기 쉬운 문법을 가지고 있어 자동화 작업에 표준처럼 쓰이는 인기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입니다.

이제는 직접 찾아갑니다

5주간의 교육을 마치며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어요. 앞선 사례들처럼 비교적 명확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지만 현업의 더 깊고 복잡한 문제까지 닿기엔 5주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교육이라는 틀을 벗어나 동료의 모니터 앞에서 함께 문제를 푸는 ‘파트너’가 되기로 한건데요. 막힌 부분은 같이 뚫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코칭하면서요.

우선 도움이 필요한 조직에 밀착해서 실제 병목 지점을 찾아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능성 있는 동료를 발굴해서 함께 성장할 생각이에요. 그분이 팀 내 다른 문제도 돕게 되겠죠. 마케터 소영님처럼요. 외부 도움 없이도 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동료를 돕는 사람이 한 명씩 생기는 거예요.

결국 변화는 누군가의 지시가 아니라 “이거 한번 해볼까?”라는 작은 시도에서 시작돼요. 그 시도들이 쌓이고 퍼지는 것. 그게 우아한형제들이 일하는 방식이니까요.

나만 보기 아깝다면?

김사랑님 사진

김사랑 테크그로스실
"어, 이게 되네?"를 AI로 함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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